솔직히 저는 치매가 기억력 문제인 줄만 알았습니다.물건을 숨기고, 방금 한 약속을 5분 만에 잊고,하루에도 수십 번 이불을 꺼냈다 넣는 행동이 이렇게까지 일상을 통째로 삼켜버릴 줄은 몰랐습니다.시어머님을 곁에서 모시며 제가 겪은 시행착오,그중에서도 통장 하나를 두고 벌어진 황당한 숨바꼭질은 치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저 자신에 대한 반성으로 남아 있습니다.입원까지 가게 된 배경 — 약 조절이 먼저였습니다의사로부터 입원을 권유받았을 때, 처음엔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담당 의사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해가 됐습니다. 치매 치료에서 입원이 필요한 핵심 이유 중 하나는 항정신병약물(Antipsychotics) 용량 조정 때문입니다.여기서 항정신병약물이란 치매 환자에게 나타나는 초조, 공격성,..
솔직히 저는 그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치매 어르신이 배회하다 실종된다는 이야기는 남의 집 일인 줄만 알았는데, 막상 시어머님이 호미 하나 들고 집을 나가셨을 때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치매 노인 실종은 골든타임이 짧고, 혼자 움직이는 어르신을 되찾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그날의 경험이 지금도 제 걸음을 빠르게 만들어 놓았을 정도입니다. 치매 배회 증상,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실제는 달랐습니다치매가 깊어지면 나타나는 대표 증상 중 하나가 바로 배회(wandering)입니다. 여기서 배회란 단순히 집 안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 기능 저하로 인해 시간과 장소를 혼동하면서 목적 없이 또는 잘못된 목적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버리는 행동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배회 증상은 "그냥 집 근처..
시어머님이 치매 진단을 받고 나서 저를 가장 먼저 괴롭힌 건 예상 밖의 문제였습니다. 걷다가 앞으로 쓰러지는 일이 반복됐고, 하루에도 몇 번씩 "금강산에 데려다달라"는 말씀에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몰라 지쳐갔습니다. 치매 간병은 의학 지식보다 현장에서 체득한 감각이 더 중요하다는 걸, 저는 한참 뒤에야 깨달았습니다.낙상 예방 — 몸이 먼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치매라고 하면 기억이 흐려지는 증상을 먼저 떠올리는데, 막상 닥쳐보니 몸이 먼저 달라졌습니다. 시어머님은 진단 이후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바뀌셨습니다. 상체가 점점 앞으로 기울고, 발이 지면에서 충분히 들리지 않아 조금만 속도가 붙으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셨습니다.이것은 치매에서 흔히 나타나는 보행 장애(Gait D..
치매 환자에게 틀린 말을 바로잡아 주면 괜찮아질까요? 저도 한때 그렇게 믿었습니다. 시어머님이 꿈과 현실을 혼동할 때마다 목이 쉬도록 사실을 설명했지만, 결국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치매 간병은 '이해'가 아니라 '방식'을 바꿔야 하는 일이었고, 그걸 깨닫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꿈과 현실 사이, 사실 설명이 통하지 않는 이유치매 간병을 해본 적 없는 분들은 흔히 이렇게 생각합니다. "틀린 걸 차분히 설명해 주면 이해하지 않을까?"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시어머님이 꿈속에서 있었던 일을 실제로 일어난 일처럼 말씀하실 때마다, 저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설명했습니다. 하루가 끝날 즈음엔 목이 아프고 진이 다 빠졌습니다.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치매라는 병을 제대로 이해..
치매 환자의 돌발행동은 단순히 인지 기능이 떨어져서 생기는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시어머님을 간병하면서 가장 먼저 깨달은 건, 치매와 우울증이 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어내며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튀어나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약 하나가 바뀔 때마다 어머님의 상태가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걸 곁에서 지켜보는 일은, 설명하기 어려운 종류의 공포였습니다. 기질성 우울증과 치매, 약물 균형이 무너지면 생기는 일일반적으로 치매와 우울증은 별개의 질환으로 구분해서 치료하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시어머님의 경우,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하면서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올라오는 구조였습니다. 담당 의사도 "자신으로서도 여간 난감한 경우가 아니..
치매 환자의 돌발행동은 단순히 인지 기능이 떨어져서 생기는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시어머님을 간병하면서 가장 먼저 깨달은 건, 치매와 우울증이 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어내며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튀어나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약 하나가 바뀔 때마다 어머님의 상태가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걸 곁에서 지켜보는 일은, 설명하기 어려운 종류의 공포였습니다.기질성 우울증과 치매, 그 줄타기에서 약물 균형이 무너지면 생기는 일일반적으로 치매와 우울증은 별개의 질환으로 구분해서 치료하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시어머님의 경우,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하면서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올라오는 구조였습니다. 담당 의사도 "자신으로서도 여간 난감한..
가족 중 누군가가 옷을 거꾸로 입거나,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할 때 처음엔 그냥 넘기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게 치매의 시작이라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시어머님을 모시며 직접 겪어보니,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병이 아니라 오랜 시간 조금씩 드러나는 병이었습니다.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넘겼던 초기 증상들어느 이른 봄날, 같은 교회 교우에게서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시어머님이 긴 팔 겉옷 위에 짧은 반소매 여름 블라우스를 걸치고 전도를 나가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머릿속이 멈췄습니다. 평소 단정하게 차려입던 분이셨는데, 그런 옷차림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나가셨다는 게 낯설었습니다.그 교우는 또 이런 말도 전했습니다. 전도를 하다가도 뭔가에 쫓기는 것..
어머니가 며칠째 잠을 못 잔다고 하시면 처음엔 그냥 노인 불면증이겠거니 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단순한 불면증'이 사실은 치매의 초기 신호였다는 걸 병원 진단을 받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병이 아닙니다. 돌이켜보면 수년 전부터 조각조각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불면증과 이상 행동, 치매의 첫 신호였습니다시아버님이 돌아가신 직후, 시어머님은 잠을 못 잔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습니다. 낮에는 코까지 골며 주무시면서도, 밤이면 한숨도 못 잤다고 이웃마다 붙잡고 하소연하셨습니다. 저는 처음에 사별 후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우울 반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보약을 지어드리고, 마당에 탁구대를 놓고, 함께 산책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환경을 바꿔드려도 '잠 못 잔다..
"살림은 제가 할게요."효도라고 믿었던 일이, 어머니의 삶에서 마지막 역할을 빼앗고 있었습니다.안녕하세요. 저는 7년 동안 치매 시어머니를 모시며 삶과 사랑을 다시 배운 며느리입니다. 이 기록이 오늘도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실제 간병일기"이제 나는 할 일이 없네."그 말씀을 처음 들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어머니는 이제 편히 쉬세요."며느리가 살림을 맡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시아버님이 돌아가신 뒤 집안일은 하나둘 제 몫이 되었습니다.장을 보는 일도, 반찬을 만드는 일도, 손님을 맞는 일도 모두 제가 맡았습니다.그때 저는 그것이 효도라고 믿었습니다.어머니를 쉬게 해드리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살림만 넘겨받..
남편을 떠나보낸 뒤, 시어머니는 자신부터 용서하지 못했습니다배우자의 죽음은 마음에만 남는 것이 아니라 기억에도 깊은 흔적을 남길 수 있습니다.안녕하세요. 저는 7년 동안 치매 시어머니를 모시며 삶과 사랑을 다시 배운 며느리입니다. 이 기록이 오늘도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실제 간병일기"나는 밥을 먹을 자격이 없어."숟가락을 드셨다가 다시 내려놓으셨습니다."왜 안 드세요?"조심스럽게 묻자 시어머니는 한참 말이 없었습니다.그리고 힘없이 말씀하셨습니다."나는… 밥을 먹을 자격이 없어."방 안은 고요했습니다.식탁 위에는 시어머니가 좋아하시던 반찬들이 놓여 있었습니다.아침부터 정성껏 준비한 음식이었습니다.하지만 시어머니는 젓가락조차 들지 못했습니다."남편이 살아계실 때 내가 너무 잘못한 게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