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그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치매 어르신이 배회하다 실종된다는 이야기는 남의 집 일인 줄만 알았는데, 막상 시어머님이 호미 하나 들고 집을 나가셨을 때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치매 노인 실종은 골든타임이 짧고, 혼자 움직이는 어르신을 되찾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그날의 경험이 지금도 제 걸음을 빠르게 만들어 놓았을 정도입니다. 치매 배회 증상,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실제는 달랐습니다치매가 깊어지면 나타나는 대표 증상 중 하나가 바로 배회(wandering)입니다. 여기서 배회란 단순히 집 안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 기능 저하로 인해 시간과 장소를 혼동하면서 목적 없이 또는 잘못된 목적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버리는 행동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배회 증상은 "그냥 집 근처..
시어머님이 치매 진단을 받고 나서 저를 가장 먼저 괴롭힌 건 예상 밖의 문제였습니다. 걷다가 앞으로 쓰러지는 일이 반복됐고, 하루에도 몇 번씩 "금강산에 데려다달라"는 말씀에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몰라 지쳐갔습니다. 치매 간병은 의학 지식보다 현장에서 체득한 감각이 더 중요하다는 걸, 저는 한참 뒤에야 깨달았습니다.낙상 예방 — 몸이 먼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치매라고 하면 기억이 흐려지는 증상을 먼저 떠올리는데, 막상 닥쳐보니 몸이 먼저 달라졌습니다. 시어머님은 진단 이후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바뀌셨습니다. 상체가 점점 앞으로 기울고, 발이 지면에서 충분히 들리지 않아 조금만 속도가 붙으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셨습니다.이것은 치매에서 흔히 나타나는 보행 장애(Gait D..
치매 환자에게 틀린 말을 바로잡아 주면 괜찮아질까요? 저도 한때 그렇게 믿었습니다. 시어머님이 꿈과 현실을 혼동할 때마다 목이 쉬도록 사실을 설명했지만, 결국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치매 간병은 '이해'가 아니라 '방식'을 바꿔야 하는 일이었고, 그걸 깨닫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꿈과 현실 사이, 사실 설명이 통하지 않는 이유치매 간병을 해본 적 없는 분들은 흔히 이렇게 생각합니다. "틀린 걸 차분히 설명해 주면 이해하지 않을까?"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시어머님이 꿈속에서 있었던 일을 실제로 일어난 일처럼 말씀하실 때마다, 저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설명했습니다. 하루가 끝날 즈음엔 목이 아프고 진이 다 빠졌습니다.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치매라는 병을 제대로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