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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은 제가 할게요."
효도라고 믿었던 일이, 어머니의 삶에서 마지막 역할을 빼앗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7년 동안 치매 시어머니를 모시며 삶과 사랑을 다시 배운 며느리입니다. 이 기록이 오늘도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실제 간병일기

"이제 나는 할 일이 없네."

그 말씀을 처음 들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어머니는 이제 편히 쉬세요."

며느리가 살림을 맡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아버님이 돌아가신 뒤 집안일은 하나둘 제 몫이 되었습니다.

장을 보는 일도, 반찬을 만드는 일도, 손님을 맞는 일도 모두 제가 맡았습니다.

그때 저는 그것이 효도라고 믿었습니다.

어머니를 쉬게 해드리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살림만 넘겨받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가 하루를 살아갈 이유까지 함께 가져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남겨진 사람의 시간은 다르게 흐릅니다

시아버님이 돌아가신 뒤에도 시어머니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이 아니었습니다.

생활에 필요한 돈은 충분했습니다.

군인으로 복무하셨던 시아버님의 연금도 배우자인 시어머니에게 지급되었습니다.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도 아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착한 며느리가 살림 다 해주잖아요."

"손주들도 있으니 외로울 게 뭐가 있어요."

"이제 편하게 쉬시면 되죠."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부족한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된다고 행복해지는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시어머니에게는 돈보다 더 큰 것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내가 이 집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가족과의 역할과 존재감을 잃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치매 의학 상식
역할을 잃는다는 것은 삶의 의미를 잃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노년기에는 은퇴, 배우자와의 사별, 자녀의 독립처럼 삶의 역할이 크게 달라지는 일을 겪게 됩니다.

이때 자신이 더 이상 가족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면 깊은 허탈감과 우울감에 빠질 수 있습니다.

우울증 자체가 치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울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떨어뜨릴 수 있고,

이미 인지기능이 약해진 사람에게는 혼란과 무기력을 더욱 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노년기에는 "쉬세요."라는 말보다

"어머니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라는 말이 더 큰 힘이 될 때가 있습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감각 속에서 삶의 활력을 얻기 때문입니다.

 

'편히 쉬세요'라는 말의 다른 의미

 

지금도 가끔 그 시절을 떠올립니다.

혹시 제가 너무 일찍 살림을 넘겨받은 것은 아니었을까.

어머니에게 식탁을 차리는 일 하나,

김치를 담그는 일 하나, 손주에게 반찬을 덜어주는 일 하나라도 남겨 드렸더라면 어땠을까.

그 긴장감과 책임감이 하루를 버티는 힘이 되지는 않았을까.

물론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분들께는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랑은 모든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그분이 아직도 가족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드리는 것입니다.

나의 어머니를 보며 다시 깨닫습니다

지금 제 친정어머니는 아흔다섯이 되셨습니다.

연세가 많으셔도 자식을 위해 작은 반찬 하나를 챙겨 주시거나,

손주에게 과일을 깎아 주실 때면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십니다.

"내가 아직 도움을 줄 수 있구나."

그 기쁨이 어머니를 다시 살아가게 합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오래전 시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혹시 저는 너무 좋은 며느리가 되려고 애쓰다가,

시어머니가 가장 오래 붙잡고 싶었던 삶의 자리를 너무 일찍 내려놓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 질문은 지금도 제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보호자를 위한 작은 팁

연로하신 부모님께 모든 일을 대신해 드리기보다, 안전한 범위 안에서 작은 역할을 남겨 드리는 것도 중요한 돌봄이 될 수 있습니다.

* 식탁에 수저 놓기
* 나물 다듬기
* 손주 간식 챙기기
* 화분 물 주기
* 가족의 작은 심부름 맡기기

'부담'이 아니라 '역할'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 역할은 부모님의 자존감과 삶의 의욕을 지키는 소중한 끈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의 한 문장

사람은 일이 힘들어서 늙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다고 느낄 때 가장 먼저 무너집니다.

**오늘도 부모님의 기억을 지키는 모든 가족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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