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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치매 진단을 받고 나서 저를 가장 먼저 괴롭힌 건 예상 밖의 문제였습니다. 걷다가 앞으로 쓰러지는 일이 반복됐고, 하루에도 몇 번씩 "금강산에 데려다달라"는 말씀에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몰라 지쳐갔습니다. 치매 간병은 의학 지식보다 현장에서 체득한 감각이 더 중요하다는 걸, 저는 한참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낙상 예방 — 몸이 먼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치매라고 하면 기억이 흐려지는 증상을 먼저 떠올리는데, 막상 닥쳐보니 몸이 먼저 달라졌습니다. 시어머님은 진단 이후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바뀌셨습니다. 상체가 점점 앞으로 기울고, 발이 지면에서 충분히 들리지 않아 조금만 속도가 붙으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셨습니다.

이것은 치매에서 흔히 나타나는 보행 장애(Gait Disturbance) 증상입니다. 여기서 보행 장애란 뇌의 운동 조절 기능이 손상되면서 균형 감각과 보폭 조절 능력이 함께 저하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특히 알츠하이머형 치매나 혈관성 치매 환자에게서 소보행(小步行), 즉 보폭이 매우 짧아지고 발을 질질 끄는 걷기 패턴이 자주 관찰됩니다.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나라 자료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낙상 발생률은 일반 노인 대비 약 2~3배 높은 것으로 보고됩니다.

저도 처음엔 함께 걷거나 스트레칭을 시키면서 운동으로 해결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움직이는 것 자체를 극도로 싫어하셔서, 억지로 시키다 보면 오히려 감정적으로 충돌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생각해낸 것이 마당에 탁구대를 들여놓는 것이었습니다. 탁구를 제대로 치신 건 아닙니다.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면 주우러 걸어가시는 게 운동이 됐습니다. 억지로 "운동하자"고 끌고 가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유도할 수 있었습니다.

낙상 예방을 위해 제가 실제로 신경 쓴 항목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외출 시 항상 옆에서 팔을 잡아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보조했습니다
  • 실내 바닥의 문턱과 카펫 끝부분처럼 걸릴 수 있는 요소를 모두 제거했습니다
  • 탁구처럼 목적 없이 움직이게 만드는 놀이를 통해 하지 근력 유지를 유도했습니다
  • 야간 낙상을 막기 위해 이동 동선에 조명을 항상 켜두었습니다
요약: 치매 환자의 보행 장애는 예측보다 일찍 찾아오며, 억지 운동보다 자연스러운 움직임 유도가 낙상 예방에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집착 대응과 공감 대화 — 싸우지 않는 법을 배웠습니다

제가 가장 오래 헤맨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시어머님은 어느 날 어린 시절에 신으셨다는 검정고무신을 사다달라고 하시기 시작했습니다. 또 어느 날은 금강산에 데려다달라고 하루 종일 조르셨습니다. 처음엔 저도 "지금은 갈 수 없어요"라고 사실을 설명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 방식은 매번 감정 싸움으로 번졌고, 시어머님도 저도 하루가 끝날 때쯤 완전히 지쳐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 '현실 지남력 훈련(Reality Orientation Therapy)'과 그 반대편에 있는 '검증 요법(Validation Therapy)'의 차이였습니다. 현실 지남력 훈련이란 날짜, 장소, 사람을 반복해서 인지시켜 현실 감각을 유지시키는 접근법입니다. 반면 검증 요법은 치매 환자가 표현하는 감정과 요구를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공감하고 수용하는 방법입니다. 쉽게 말해, 현실을 고집하는 대신 그분의 감정 세계 안으로 들어가서 함께 있어드리는 것입니다.

출처: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인지 기능이 크게 저하된 치매 환자에게는 현실 교정보다 감정 중심의 공감 대화가 심리적 안정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처음에 동조하는 게 환자를 속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을 인지시키려는 시도가 오히려 환자에게 혼란과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걸 몸으로 겪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네, 그 신발 예쁘죠. 어릴 때 많이 신으셨어요?" 하고 같이 그 기억 속으로 들어가면, 어느 순간 시어머님이 그 이야기에 빠져드시면서 요구가 자연스럽게 수그러들었습니다.

집착 행동(Perseveration)은 치매 환자에게서 매우 흔하게 나타납니다. 집착 행동이란 같은 말이나 행동을 강박적으로 반복하는 증상으로, 전두엽 기능 저하와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간병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대립이 아니라 전환, 즉 주의를 다른 방향으로 부드럽게 옮기는 것입니다. 저도 탁구대를 내놓은 게 처음엔 운동 목적이었지만, 나중엔 집착 상황을 부드럽게 벗어나는 전환 도구로도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요약: 치매 환자의 집착 행동에 사실을 맞세우는 것은 역효과이며, 감정에 동조하고 상황을 전환하는 공감 대화가 간병인과 환자 모두를 살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치매 환자가 자꾸 넘어지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치매로 인한 보행 장애는 매우 흔한 증상입니다. 억지로 운동을 강요하기보다는 탁구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만드는 활동을 찾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실내 문턱 제거, 동선 조명 확보, 외출 시 팔 보조 같은 환경 정비도 함께 진행하면 낙상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Q. 치매 어르신이 말도 안 되는 걸 사달라고 조를 때 어떻게 대처하나요?

A. "그건 안 돼요"라고 현실을 인지시키려 할수록 감정 충돌이 커집니다. 제가 직접 써봤더니, "네, 그거 좋죠"라며 감정에 동조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나 활동으로 전환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잘못된 행동을 허용하는 게 아니라, 감정 싸움을 피하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Q. 치매 환자한테 거짓말로 동조하는 게 괜찮은 건가요?

A. 중앙치매센터를 비롯한 전문 기관에서도 인지 기능이 크게 저하된 환자에게는 공감 중심의 대화를 권고합니다. 환자가 이미 사실을 인지할 수 없는 상태에서 현실을 강요하면 불안과 혼란만 가중됩니다. 감정에 함께하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치료적 소통에 가깝습니다.

 

Q. 치매 간병인이 가장 주의해야 할 감정 소진 문제는 어떻게 다루나요?

A. 집착 행동에 매번 정면으로 맞서다 보면 간병인이 먼저 무너집니다. 제 경험상,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간병 지속성을 높이는 방법이었습니다. 동조와 전환 전략을 체득하면 에너지 소모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치매 간병에서 저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몸을 쓰는 수발이 아니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들이었습니다. 넘어지지 않게 옆에서 붙잡는 것도, 금강산에 데려다달라는 말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찾는 것도, 결국 정답은 싸우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보행 장애에는 환경 정비와 자연스러운 움직임 유도로, 집착 행동에는 공감과 전환으로 대응하는 것. 이 두 가지를 몸에 익히고 나서야 하루가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지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이기려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가장 잘 돌보는 방법일 수 있다는 걸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soltee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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