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그때 시어머니의 행동이 병이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까다로운 성격이라고만 여겼습니다. 돈이 없어졌다며 집 안 누군가를 도둑으로 모는 그 상황이, 훗날 치매의 전조증상으로 불리는 행동 패턴이었다는 걸 저는 한참 뒤에야 알게 됐습니다.전조증상인 줄 몰랐던 그 시절 — 건망증과 기억상실의 차이치매와 건망증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둘은 근본부터 다릅니다. 건망증은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치매는 뇌 세포 자체가 손상되는 명확한 질환입니다.여기서 핵심적인 차이는 '사건의 일부를 잊느냐, 사건 자체를 부정하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약속 장소나 시간이 가물가물한 것은 건망증입니다. 그런데..
치매 환자의 70% 이상이 수면장애를 동반한다는 사실, 저는 그 숫자가 통계가 아니라 매일 밤 제 몸으로 확인했습니다. 낮에는 거실에서 코를 골며 주무시다가, 밤만 되면 "나 죽는다, 잠을 못 자서 죽겠다"며 온 집을 깨우셨던 시어머님. 그 시간을 7년 가까이 함께 버텼습니다. 수면장애 — "밤에 못 잔다"는 말이 얼마나 복잡한지일반적으로 치매 환자의 수면 문제는 "밤에 잘 못 주무신다" 정도로 단순하게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였습니다. 시어머님은 낮에 두세 시간씩 낮잠을 주무셨고, 밤이 되면 전혀 주무시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밤 열두 시, 새벽 두 시에 "나 이러다 죽는다"며 저를 흔들어 깨우는 일이 반복됐습니다.수면-각성 리듬 장애(Circadian Rhythm ..
시어머님이 치매 진단을 받고 나서 제가 처음 느낀 건 막막함이 아니라 죄책감이었습니다. '내가 뭔가 놓친 게 있지 않을까.' 그 죄책감은 간병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다른 감정으로 바뀌었는데, 그건 두 어머니를 나란히 보면서 생긴 생각이었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늙어간 두 분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간병 배경 — 두 어머니, 같은 시대 다른 삶제가 시어머님 간병을 시작한 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일이 아니었습니다. 작은 것들이 쌓였습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시거나, 방금 드신 밥을 안 드셨다고 하시거나, 엉뚱한 것을 조르시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병원에서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진단이 나왔습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란 뇌 속 신경세포가 서서히 손상되면서 기억력과 판단력이 점진적으로..
솔직히 저는 치매가 기억력 문제인 줄만 알았습니다.물건을 숨기고, 방금 한 약속을 5분 만에 잊고,하루에도 수십 번 이불을 꺼냈다 넣는 행동이 이렇게까지 일상을 통째로 삼켜버릴 줄은 몰랐습니다.시어머님을 곁에서 모시며 제가 겪은 시행착오,그중에서도 통장 하나를 두고 벌어진 황당한 숨바꼭질은 치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저 자신에 대한 반성으로 남아 있습니다.입원까지 가게 된 배경 — 약 조절이 먼저였습니다의사로부터 입원을 권유받았을 때, 처음엔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담당 의사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해가 됐습니다. 치매 치료에서 입원이 필요한 핵심 이유 중 하나는 항정신병약물(Antipsychotics) 용량 조정 때문입니다.여기서 항정신병약물이란 치매 환자에게 나타나는 초조, 공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