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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치매 진단을 받고 나서 제가 처음 느낀 건 막막함이 아니라 죄책감이었습니다. '내가 뭔가 놓친 게 있지 않을까.' 그 죄책감은 간병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다른 감정으로 바뀌었는데, 그건 두 어머니를 나란히 보면서 생긴 생각이었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늙어간 두 분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간병 배경 — 두 어머니, 같은 시대 다른 삶

제가 시어머님 간병을 시작한 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일이 아니었습니다. 작은 것들이 쌓였습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시거나, 방금 드신 밥을 안 드셨다고 하시거나, 엉뚱한 것을 조르시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병원에서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진단이 나왔습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란 뇌 속 신경세포가 서서히 손상되면서 기억력과 판단력이 점진적으로 무너지는 퇴행성 뇌질환입니다. 전체 치매 환자의 약 75%가 이 유형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한국알츠하이머병협회).

혼자 간병하는 게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처음엔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잠깐 외출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친정어머니를 모셔다가 곁에 있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친정어머니는 몸이 불편하신 분이셨기에 '큰 도움이 되겠냐'는 걱정이 앞섰지만, 시어머님 혼자 두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었습니다.

친정어머니는 1910년생입니다. 다섯 살에 친모를 잃고 의붓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일곱 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왼손과 왼발이 평생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했고, 아버지마저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시어머님보다 훨씬 더 고단한 인생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분이 나란히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는 점점 당혹스러워졌습니다. 더 힘들게 사신 분이 오히려 더 밝았으니까요.

요약: 알츠하이머형 치매 간병 중 모셔온 친정어머니와의 대조가 이 글의 출발점입니다.

 

인지기능 분석 — 치매가 바꾸는 것과 바꾸지 못하는 것

시어머님이 엉뚱한 것을 조르실 때, 친정어머니가 하신 방법은 단순했습니다.

"사둔, 우리 노래나 하고 놉시다"라고 말씀하시더니,

'석탄 백탄 타는데 연기도 김도 잘 나는데 이내 가슴 타는 데는 연기도 김도 아니 난다'는 노랫가락을 흥얼거리셨습니다.

레퍼토리가 여남은 곡은 족히 됐고, 시어머님은 그날 이후 매일 친정어머님께 노래를 불러달라고 조르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그냥 어르고 달래는 게 아니었습니다.

음악 자극은 치매 환자의 감정기억을 활성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실제로 있습니다.

감정기억이란 특정 감정과 연결된 경험을 저장하는 기억 체계로, 해마(hippocampus)가 손상된 이후에도 비교적 오래 보존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어제 밥을 먹었는지는 잊어도 어릴 적 들었던 노래에는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출처: RISS 치매 관련 학술자료).

제가 직접 지켜봤는데, 노래가 시작되면 시어머님의 표정이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조금 전까지 뭔가를 조르며 불안해하시던 분이, 멜로디가 흘러나오면 눈이 가늘어지시고 입꼬리가 올라갔습니다. 인지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도 감정을 느끼는 능력은 살아 있다는 걸 그때 제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치매 간병에서 비언어적 접근이 중요한 이유

치매 증상이 진행되면 언어를 통한 소통이 점점 어려워집니다. 이때 비언어적 접근, 즉 음악이나 신체 접촉, 표정과 같은 감각 자극이 환자의 불안을 낮추고 행동심리증상(BPSD)을 완화한다는 것이 주요 연구들의 공통된 결론입니다. 행동심리증상(BPSD)이란 치매 환자에게 나타나는 초조, 공격성, 배회, 수면 장애 같은 비인지 증상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이 증상이 간병인을 가장 지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친정어머니가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노래 부르기는 BPSD를 다스리는 비약물적 중재 방법 중 하나였던 셈입니다.

저는 이걸 책에서 먼저 읽은 게 아니라, 두 어머니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에서 먼저 봤습니다.

  • 감정기억: 해마 손상 후에도 비교적 보존되어 음악·냄새 등 감각 자극에 반응
  • 행동심리증상(BPSD): 초조, 배회, 수면 장애 등 비인지 증상으로 간병 부담의 핵심 원인
  • 비약물적 중재: 음악, 회상요법, 신체활동 등 약물 없이 증상을 완화하는 접근법
  • 해마(hippocampus): 새로운 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뇌 부위로, 알츠하이머에서 가장 먼저 손상
요약: 치매가 진행돼도 감정기억과 감각 반응은 남아 있으며, 음악 같은 비언어적 접근이 행동심리증상 완화에 실질적으로 효과적입니다.

 

긍정사고 적용 — 삶의 방향이 노화의 질을 바꾼다

간병을 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흔들렸던 건 체력이 아니었습니다. '왜 이렇게 다를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두 분은 비슷한 시대를 살았습니다. 가난했고, 전쟁을 겪었고, 여자로서 살아야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친정어머니는 왼손 왼발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셨고,

시어머님은 치매가 오기 전부터 늘 누군가가 뭔가를 해줘야 한다는 방향으로 사셨습니다.

이게 사람의 타고난 본성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더 힘든 삶을 사신 분이 더 가볍게 늙어가셨으니까요.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성격 차이가 아니라, 오랜 시간 어떤 방향으로 삶을 바라봤느냐가 만들어낸 차이였습니다.

실제로 긍정적 정서와 인지기능 저하 속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들이 있습니다. 삶에서 의미와 목적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인지예비능(Cognitive Reserve)이 높은 경향이 있다는 결과들입니다. 인지예비능이란 뇌가 손상되더라도 기존의 신경 네트워크를 대체 경로로 활용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살면서 뇌를 얼마나 다양하게 써왔느냐가 치매 발병을 늦추는 완충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친정어머니가 노래 레퍼토리를 여남은 곡씩 기억하고 계셨던 것, 허둥대는 딸을 어떻게든 도우려고 몸을 움직이셨던 것, 그 모든 게 인지예비능을 키우는 삶의 방식이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남한테 뭔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과 늘 받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의 차이는, 결국 노화의 방향 자체를 달리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요약: 타인을 향한 긍정적 태도와 목적 의식은 인지예비능을 높여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삶의 방식과 연결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치매 환자가 같은 말을 반복할 때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요?

A. 논리적으로 설명하거나 틀렸다고 지적하는 방식은 환자의 불안을 오히려 키웁니다. 친정어머니처럼 주의를 다른 자극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하는 방법, 즉 노래나 손 잡기 같은 비언어적 접근이 행동심리증상(BPSD) 완화에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봐도 말로 설득하려다가 상황이 악화된 적이 여러 번이었습니다.

 

Q. 치매 예방에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실제로 도움이 되나요?

A. 긍정적 사고 자체가 치매를 막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삶의 목적감과 사회적 연결을 유지하는 사람이 인지예비능(Cognitive Reserve)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인지예비능이 높을수록 뇌 손상이 생기더라도 증상 발현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생활 습관 전체의 방향을 바꾼다는 차원에서 보면 의미 있는 변수입니다.

 

Q. 가족 혼자 치매 간병을 감당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요?

A. 솔직히 말하면 장기간은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간병인이 먼저 무너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행동심리증상이 심해질수록 24시간 혼자 대응하는 건 체력과 정서 모두에 한계가 옵니다. 지역 치매안심센터나 장기요양보험 서비스 등 공공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간병 부담을 분산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입니다.

 

Q.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다른 치매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서 신경세포가 서서히 손상되는 유형으로, 전체 치매의 약 75%를 차지합니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이나 혈관 손상이 원인이고, 루이소체 치매는 환각과 수면 장애가 동반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유형에 따라 증상의 진행 양상과 대응 방식이 달라지므로 정확한 진단이 먼저입니다.

 

결론

두 어머니를 나란히 보면서 제가 배운 건 간병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잘 늙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왼손 왼발이 불편하셔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가'를 먼저 찾으셨던 분과, 몸이 성해도 늘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남에게서 기다리셨던 분의 차이는 오랜 시간이 만들어낸 것이었습니다.

치매 간병은 정말 힘듭니다. 제가 겪어봤기에 그 무게를 압니다. 다만 간병을 하면서 제가 얻은 한 가지 확신은, 지금 이 순간 내가 누군가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오래 버티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그게 치매 예방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그 방향으로 사는 삶이 더 단단하다는 걸 두 어머니가 가르쳐 주셨습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soltee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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