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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 식사 후마다 틀니를 빼드리려 하면 "이게 내 진짜 이야"라며 입을 꽉 다무셨습니다. 달래고 어르고 결국 큰소리까지 냈던 그 실랑이가,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한 간병의 고단함이 아니었다는 걸 느낍니다. 씹는 행위, 즉 저작운동과 뇌의 관계를 알고 나서부터입니다. 치매와 구강건강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제가 직접 경험하고 찾아본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저작기능과 뇌자극, 정말 관계가 있을까
시어머님은 젊었을 때부터 치아가 몹시 부실하셨습니다. 결국 이른 나이에 전체를 발치하고 완전의치, 즉 흔히 말하는 전체 틀니를 끼우셨는데, 그 시점이 치매 진단보다 10여 년은 앞선 일이었습니다. 완전의치란 상악과 하악에 남은 치아가 하나도 없을 때 잇몸 위에 얹어두는 형태의 보철물입니다. 자연치아와 달리 치근(치아 뿌리)이 없으니 씹는 힘이 현저히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막연하게 '씹는 게 줄어드니까 뭔가 달라지겠지' 싶었는데, 실제로 저작운동이 뇌에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는 이후에야 제대로 접했습니다. 저작운동이란 음식을 씹기 위해 상악과 하악이 반복적으로 맞물리는 근육 운동을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교근(턱을 움직이는 주된 근육)이 수축·이완을 반복하면서 삼차신경을 통해 뇌간과 대뇌피질로 감각 신호를 보냅니다. 쉽게 말해 씹는다는 행위 자체가 뇌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는 활동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일본 도호쿠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치아 수가 적은 노인일수록 해마(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부피가 감소해 있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여기서 해마란 새로운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변환하는 역할을 하는 뇌 구조물로, 알츠하이머형 치매에서 가장 먼저 손상되는 부위이기도 합니다. 제가 시어머님의 식사 후 틀니를 닦아드리며 느꼈던 막연한 불안이, 어쩌면 전혀 근거 없는 걱정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씹는 횟수가 줄면 뇌에 미치는 영향
저작 횟수 감소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삼차신경 자극 감소: 씹는 힘이 약해질수록 뇌간으로 전달되는 감각 신호가 줄어 전두엽 혈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해마 위축 가능성: 치아 상실 후 저작 기회가 줄면 해마 신경세포의 활성도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 구강 내 세균과 신경염증: 치주질환(잇몸뼈와 치아 주변 조직에 생기는 염증)이 심해지면 혈류를 타고 뇌에 만성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 사회적 고립: 치아가 없으면 음식 선택이 제한되고, 이것이 식사 자리를 줄이며 사회적 자극도 함께 감소합니다.
이가 오복(五福) 중 하나라는 말이 단순한 민간 격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시어머님 세대에는 임플란트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고, 치아를 잃으면 틀니 외에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지금이라면 임플란트 시술로 치근과 비슷한 저작 자극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때는 그런 선택지가 없었다는 사실이 새삼 안타깝습니다. 이 부분에서 "구강 관리만 잘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라고 단언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것이 하나의 중요한 요소이지 전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요약: 저작운동은 삼차신경을 통해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며, 치아 상실과 씹는 기능 저하는 해마 위축 등 뇌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치매예방, 설(說)과 현실 사이
고스톱을 정말 잘 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숫자 계산이 워낙 빠르고 판을 읽는 눈이 예리해서, 저는 그 친구만큼은 치매와 거리가 멀 거라 막연하게 믿었습니다. 뇌를 활발하게 쓰면 치매가 예방된다는 말을 워낙 많이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오랫동안 소식이 없다가 안부 전화를 했더니, 이미 치매가 많이 진행되어 요양원에 들어가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제 겨우 70을 조금 넘긴 나이에.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인지예비능(Cognitive Reserv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평소에 교육, 직업 활동, 여가 자극 등으로 뇌 신경망을 풍부하게 구축해두면 치매 병리가 일정 수준까지 진행되더라도 증상이 늦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여기서 인지예비능이란 뇌 손상에 대한 일종의 '완충 능력'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이 이론대로라면 두뇌를 많이 쓰는 게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다만 예방이 아닌 '발병 지연' 효과에 가깝습니다.
제 친구의 사례는 인지예비능이 무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 것 같습니다. 뇌를 열심히 쓴다고 해서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beta)의 축적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습니다. 아밀로이드 베타란 뇌 신경세포 사이에 쌓이는 단백질 덩어리로,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주요 원인 물질로 꼽힙니다. 뇌 활동이 활발해도 이 단백질의 축적 자체를 억제하기는 어렵다는 게 현재의 지배적인 연구 방향입니다. 출처: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
치매가 유전, 생활습관, 혈관 건강, 수면, 구강 상태 등 수십 가지 요인이 복잡하게 얽힌 질환이라는 건, 간병을 해보면 몸으로 느껴집니다. 시어머님도, 제 친구도, 각기 다른 경로로 치매에 이르렀을 겁니다. "뇌를 많이 쓰면 괜찮다", "이를 잘 관리하면 된다"라는 단편적인 예방법이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분위기에는 제 경험상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현재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해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치매 위험 감소 가이드라인이 참고가 됩니다. 규칙적인 신체 활동, 금연, 과음 자제, 사회적 연결 유지, 체중·혈압·혈당 관리가 근거 수준이 높은 항목들입니다. 출처: 세계보건기구(WHO) 치매 위험 감소 가이드라인 구강 건강 관리도 이 맥락에서 함께 챙겨야 할 요소로 보는 시각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요약: 뇌를 활발하게 쓰는 것은 치매 발병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자체를 막지는 못하며 치매는 단일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 질환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틀니를 끼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나요?
A. 틀니를 끼는 것이 아예 씹지 않는 것보다는 저작 자극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다만 자연치아나 임플란트에 비해 저작력이 낮고, 그만큼 뇌로 전달되는 삼차신경 자극도 줄어든다는 점은 고려해야 합니다. 틀니를 끼더라도 규칙적으로 세척하고 잇몸 건강을 함께 챙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고스톱이나 퍼즐 같은 두뇌 활동이 치매를 막아주지 않나요?
A. 두뇌 활동이 치매를 완전히 막는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인지예비능을 높여 증상이 늦게 나타나게 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자체를 억제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현재 연구의 대체적인 흐름입니다. 제 주변에서도 두뇌를 활발하게 쓰던 분이 비교적 이른 나이에 치매가 진행된 경우를 봤기에, 두뇌 활동이 만능 예방책이라는 말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Q. 치매 어르신이 틀니를 빼지 않으려 할 때 어떻게 하나요?
A. 치매가 진행되면 틀니를 자신의 진짜 치아라고 믿거나, 빼는 행위 자체에 공포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시어머님 간병 중에 이 상황을 수없이 겪었는데, 무리하게 빼려 하면 오히려 거부감이 심해집니다. 식사 직후 양치하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루틴화하거나, 거울을 함께 보여드리며 직접 해보시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거부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Q. 임플란트가 치매 예방에 틀니보다 낫다는 게 사실인가요?
A. 임플란트는 치근처럼 턱뼈에 고정되기 때문에 자연치아에 가까운 저작력을 발휘하고, 그만큼 저작운동을 통한 뇌 자극도 더 잘 유지된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다만 임플란트가 치매를 예방한다고 직접적으로 밝혀진 건 아닙니다. 구강 건강 유지라는 큰 틀 안에서 더 유리한 선택지일 수 있다는 정도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결론
시어머님과 매일 벌이던 틀니 실랑이를 떠올리면, 저는 지금도 씁쓸하고 안타깝습니다. 그 씹는 기능을 일찍부터 잃으신 것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무관하다고도 하기 어렵습니다. 치매는 단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되는 병이 아닙니다. 저작기능, 인지예비능, 혈관 건강, 수면, 유전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만 하면 된다"는 말은 어느 쪽이든 조심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치아를 오래 건강하게 유지하고 저작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뇌 건강에 플러스가 된다는 방향만큼은 지금의 연구들이 일관되게 가리키고 있습니다. 지금 치아 관리를 미루고 있다면,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치과 예약을 잡아볼 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0NexWugg5U / https://www.youtube.com/watch?v=OnaG-ZEqF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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