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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시어머님이 저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기 시작했을 때, 처음엔 그냥 헛소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그 착각 안에 제 민낯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화를 내는 내모습, 억지로 목욕을 시키는 내모습, 아이들 앞에서 큰 소리를 내는 내모습. 그 모든 상황에 따라 내 달라지는 모습들이 시어머님의 눈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던 거죠. 치매 간병이 얼마나 사람을 바꿔놓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가족 전체를 어떻게 흔드는지, 제가 겪어온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착각 증세가 보여준 진짜 문제

치매의 행동심리증상(BPSD)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서 BPSD란 인지 기능 저하와 함께 나타나는 망상, 환각, 공격성, 불안, 수면 장애 등 정신·행동 증상 전반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기억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감정과 인식 자체가 흔들리는 증상입니다. 시어머님이 저를 "며느리가 여럿"이라고 여기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BPSD의 일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혼란스러운 말씀이려니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가만히 생각해보니, 시어머님이 착각하는 타이밍이 늘 똑같았습니다. 제가 목소리를 높일 때, 억지로 씻기거나 약을 먹일 때,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평소와 다른 사람처럼 굴었기 때문에, 시어머님 눈에도 저는 다른 사람이었던 겁니다. 그 사실이 가슴에 콕 박혔습니다.

인지증(치매의 의학적 통칭)이 진행되면 환자는 감정의 색깔로 사람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인지증이란 기억, 판단, 언어 등 인지 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는 증후군으로, 알츠하이머형이 가장 흔합니다. 즉, 얼굴이 아니라 "이 사람은 나한테 무섭다", "이 사람은 나한테 따뜻하다"는 감각으로 상대를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화를 낼 때의 저와, 다정하게 손을 잡아드릴 때의 저가 시어머님에게는 문자 그대로 다른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출처: NHS — Dementia Symptoms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절반 이상이 진행 과정에서 BPSD를 경험하며, 특히 간병인의 감정 상태가 환자의 행동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쳐갈수록 시어머님의 착각 증세가 심해졌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때 시어머님께서 아들에게 "왜 이 여자 저 여자를 데리고 사느냐"고 하셨다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때, 저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어처구니없으면서도, 어딘가 제 잘못을 거울처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오래 마음에 걸렸습니다.

  • 치매 환자는 간병인의 감정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격한 감정을 보이는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 BPSD는 단순한 헛소리가 아니라 환자의 감정 기억이 반영된 신호로 읽어야 합니다
  • 간병인이 소진(번아웃) 상태에 빠지면 환자의 행동심리증상이 함께 악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요약: 시어머님의 착각 증세는 제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신호였습니다.

 

간병 스트레스와 가족 갈등 사이에서

제가 직접 겪어보니, 간병 스트레스가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몸이 힘들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나를 다루기 어려워진다는 것, 그게 가장 무서웠습니다. 어느 날 아들이 심부름을 거부하며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서 제가 혼을 냈더니, 아이가 대뜸 "엄마도 할머니한테 큰 소리 내잖아"라고 했습니다. 그 한마디에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간병인 소진 증후군(Caregiver Burnout)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소진 증후군이란 장기간의 돌봄 노동으로 인해 신체적·정서적·사회적 자원이 고갈된 상태를 말하며, 우울, 분노 조절 장애, 면역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서서히 찾아와서 어느 순간 이미 한참 진행된 뒤에야 알아채게 됩니다. 제가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시어머님을 억지로 씻기고, 그 뒤에 혼자 죄스러움을 삭이는 밤이 반복되던 그 시절이 바로 그 상태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간병을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잘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이성적으로는 효도가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시어머님이 환자라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 제 몸과 마음은 이성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특히 말을 안 듣는 시어머님을 억지로 목욕시키는 과정에서 나오는 저의 거친 말투와 손길이, 아이들 눈에는 그대로 박혀 있었다는 사실이 오래도록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 무렵 제가 선택한 방법 중 하나가 안정제 투여였습니다. 주치의와 상의해서 처방받은 용량이었지만, 시어머님을 잠들게 해서 아이들 앞에서의 충돌을 줄이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거짓말이 됩니다. 마음 한쪽에 죄스러움이 늘 있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아이들 앞에서 무너지는 제 모습이 더 나쁜 결과를 낳을 것 같다는 판단도 있었습니다. 어느 쪽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지금도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출처: 중앙치매센터 — 가족 간병인 지원에서도 치매 환자 가족의 60% 이상이 심각한 심리적 소진을 경험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간병인 본인의 정신 건강 관리가 환자 돌봄의 질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저처럼 혼자 버티는 방식은 결코 권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요약: 간병 스트레스는 간병인만 망가뜨리는 게 아니라 가족 전체의 관계망을 조금씩 허물어뜨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치매 어르신이 며느리를 못 알아보거나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제 경험상 정면으로 "제가 맞아요"라고 설득하려 하면 오히려 환자가 더 혼란스러워집니다. 감정을 낮추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천천히 움직이는 손짓으로 다가가는 것이 착각 증세를 완화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습니다. 치매 환자는 얼굴보다 감정의 온도로 사람을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Q. 치매 간병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정말 큰가요?

A.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아이들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집 안의 감정 온도를 고스란히 흡수합니다. 제 아들이 사춘기와 시어머님의 증세 악화 시기가 겹쳐 불손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을 때, 그것이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제가 만들어낸 분위기의 반영임을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Q. 치매 환자에게 안정제를 투여하는 게 괜찮은 건가요?

A.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한 처방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도 임의로 늘린 것이 아니라 상담 후 조정한 용량이었습니다. 다만 안정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 환자의 상태와 복용 반응을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짚어두고 싶습니다.

 

Q. 간병인 소진 증후군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 제 경우엔 "내가 나를 다루기 버거워지는 느낌"이 첫 신호였습니다. 작은 일에도 참을 수 없이 화가 나고, 죄책감과 분노가 번갈아 찾아오고,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면 이미 소진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혼자 버티려 하지 말고 지역 치매안심센터나 전문 상담 기관에 먼저 연락해보시길 권합니다.

 

Q. 자식과 시어머니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잘못된 건가요?

A. 저는 그 죄책감을 오래 안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떻게 최선을 다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설명해도, 내 자식이 치매 환자의 일상에서 피해를 입는 것을 감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 감정은 본능이고, 본능에 죄명을 붙이는 건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시어머님이 저를 여러 명으로 착각했던 그 시간들이, 돌이켜보면 제가 실제로 여러 명처럼 살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지치고 화난 저, 죄책감에 시달리는 저, 아이들 앞에서 괜찮은 척하는 저. 치매 간병은 환자만 바꾸는 게 아니라 간병인도 조금씩 알아보기 어려운 사람으로 만들어갑니다.

제 경험상 이 시간을 혼자 버티는 것은 미덕이 아니었습니다. 중앙치매센터나 지역 치매안심센터를 일찍 찾아갔더라면, 간병인 지원 서비스나 단기 보호 프로그램을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있습니다. 간병 중이시라면, 소진되기 전에 먼저 손을 내미시길 바랍니다. 도움을 구하는 것이 간병을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soltee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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