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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돈을 가져갔어."
성격이라고 믿었던 의심은 치매의 첫 신호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7년 동안 치매 시어머니를 모시며 삶과 사랑을 다시 배운 며느리입니다.
이 기록이 오늘도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돈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내 돈이 없어졌어."
아침 식탁에 앉자마자 시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아직 서랍은 열어보지도 않았다.
찾아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결론은 이미 내려져 있었다.
"누가 가져갔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어서 더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손모가지를 잘라야 해."
집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도둑은 없었다.
하지만 시어머니에게는 분명히 있었다.
그날도 돈은 없어지지 않았다.
며칠 뒤, 친구가 찾아와 빌려 갔던 돈을 돌려주었다.
또 어떤 날에는 시어머니가 다른 서랍 속에서 직접 돈을 찾아냈다.
돈은 제자리에 있었다.
기억만 길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1978년, 한 가족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1978년 5월.
나는 결혼과 함께 맏며느리가 되었다.
그날부터 시부모님과 한집에서 살았다.
시어머니는 쉰세 살이었다.
아직은 누구보다 건강했고,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다.
황해도 황주에서 태어나 해방의 혼란 속을 홀로 건너온 사람.
단오가 되면 서울에서 강릉까지 달려가 그네를 뛰던 사람.
우승 상품으로 받아 온 스테인리스 그릇들이 부엌 한편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삶은 언제나 앞으로만 달릴 것 같았다.
그 누구도 기억이 먼저 늙어갈 줄은 몰랐다.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원래 저런 성격이었잖아요."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시어머니는 원래도 강직했고, 쉽게 남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의심은 성격을 넘어섰다.
돈이 보이지 않으면 누군가 훔쳐 갔다고 믿었다.
물건을 찾지 못하면 집 안을 뒤집어 놓았다.
찾는 것은 돈이었지만, 잃어버린 것은 기억이었다.
그때 우리는 성격과 병의 경계를 알지 못했다.
치매는 기억만 앗아가는 병이 아니다
치매를 떠올리면 대부분 기억력 저하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초기에는 기억보다 행동과 감정의 변화가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불안.
설명하기 어려운 초조함.
사소한 일에도 커지는 의심.
특히 돈이나 귀중품이 없어졌다고 믿는 일은 치매 초기 환자에게 비교적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 가운데 하나다.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한 채, 그 빈자리를 '누군가 가져갔다'는 확신으로 메우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증상만으로 치매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전과 다른 변화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가족이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신호일 수 있다.
뒤늦게 이해한 마음
당시의 나는 많이 억울했다.
친정 형편이 어려웠던 나는 혼수도 스스로 마련해 시집을 왔다.
그런 나에게 돈 이야기는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시어머니는 나를 의심한 것이 아니었다.
기억을 믿지 못하게 된 자신의 마음을 붙잡으려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병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조금씩 낯설게 만든다.
나는 그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보호자를 위한 기록
가족이 반복해서 돈을 잃어버렸다고 말한다면 먼저 사실을 따지지 마십시오.
"같이 찾아볼까요?"
그 한마디가 불안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은 변화를 기록해 두십시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얼마나 자주 반복되는지.
그 메모는 병원에서는 중요한 진료 정보가 되고, 가족에게는 소중한 기억의 기록이 됩니다.
오늘의 한 문장
치매는 기억을 한순간에 지우지 않습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주 작은 의심 하나로 조용히 시작됩니다.
오늘도 부모님의 기억을 지키는 모든 가족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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