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의 70% 이상이 보호자에게 돈을 요구하는 행동심리증상(BPSD)을 보인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교과서가 아닌 시어머님 곁에서 매일 맞닥뜨리며 몸으로 배웠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간병도 요령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틀니 관리, 이론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일반적으로 틀니(의치) 관리는 식후 제거 → 세척 → 보관의 순서로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의치란 자연치아를 상실한 자리에 착용하는 인공 보철물로, 구강 내 세균 번식을 막으려면 하루 최소 한 번은 반드시 빼서 세척해야 합니다. 치과 교과서에도, 어느 요양 지침서에도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달랐습니다. 시어머님은 오랜 치통의 기억 속에 갇혀 틀니를 진짜 이로 착각하셨습니다. 젊으셨을 때 치..
비 오는 아침, 맨발로 경사진 언덕을 기어오르는 시어머니를 발견한 순간 — 저는 그 장면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치매가 만들어낸 세계에서 저는 과수원 주인이었고, 시어머니는 사과를 훔치다 들킨 사람이었습니다. 치매의 배회 증상과 인지왜곡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완강한지, 그날 저는 온몸으로 배웠습니다.배회증상, 왜 그토록 막기 어려운가그날 아침은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집안일을 하다 우연히 창밖을 봤는데, 시어머니가 신발도 양말도 없이 앞뜰 언덕을 기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그 언덕은 자연석으로 조경된 가파른 경사지로, 성인이 오르기도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넘어지면 머리를 다칠 수 있었기에 저는 살금살금 뒤를 쫓아 올라가 뒤에서 안으려 했습니다.그런데 시어머니는 나뭇가지를 움켜잡고 있는 힘껏 버텼습니..
시어머님의 치매라는 병을 간병합면서 솔직히 저는 처음에 치매 환자에게 "여기가 집이에요"라고 사실을 바로잡으려 했습니다. 그게 오히려 역효과라는 걸 한참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치매 간호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현실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려는 것인데, 실제로 겪어보면 그 방식이 얼마나 헛된 수고인지 내 경우에는 지나고 나서 배우게 됩니다.치매 환자의 환경 변화, 왜 이렇게 많은 증상이 달라질까 제가 시어머님을 모시면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순간 중 하나는, 시어머님 친구들이 문병을 오면 거짓말처럼 증상이 멀쩡해지신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저를 "밥 하는 아주마이"라고 부르시던 분이, 손님이 오면 착각하는 증상이 없어지고 정상인처럼 안부도 물으시고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가셨습니다. 친구들이 "요즘 세상..
솔직히 저는 그때까지 치매 환자가 돈에 그토록 집착한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상처 치료 때문에 시어머님이 정신병동에 입원하셨던 그 시간들이 제게는 간병의 민낯을 처음 마주한 순간이었습니다. 병동에서 목격한 일들, 그리고 침대 시트 밑에 두툼한 돈봉투를 꼭 쥐고 계시던 시어머님의 모습은 지금도 머릿속에 선합니다.정신병동 생활, 실제로는 어떨까요?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나면 저는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시어머님이 입원하신 곳은 전문 정신병동이었는데, 보호자는 면회 시간에만 입실이 허락되었습니다. 덕분에 간병인을 따로 두지 않아도 됐지만, 그게 마냥 다행스럽지만은 않았습니다. 면회 시간이 끝나고 문이 닫히면 안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제가 바로 달려갈 수 없다는 불안감이 늘 있었으니까요.병동 내 소지품은 세면..
솔직히 저는 그때 시어머니의 행동이 병이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까다로운 성격이라고만 여겼습니다. 돈이 없어졌다며 집 안 누군가를 도둑으로 모는 그 상황이, 훗날 치매의 전조증상으로 불리는 행동 패턴이었다는 걸 저는 한참 뒤에야 알게 됐습니다.전조증상인 줄 몰랐던 그 시절 — 건망증과 기억상실의 차이치매와 건망증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둘은 근본부터 다릅니다. 건망증은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치매는 뇌 세포 자체가 손상되는 명확한 질환입니다.여기서 핵심적인 차이는 '사건의 일부를 잊느냐, 사건 자체를 부정하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약속 장소나 시간이 가물가물한 것은 건망증입니다. 그런데..
치매 환자의 70% 이상이 수면장애를 동반한다는 사실, 저는 그 숫자가 통계가 아니라 매일 밤 제 몸으로 확인했습니다. 낮에는 거실에서 코를 골며 주무시다가, 밤만 되면 "나 죽는다, 잠을 못 자서 죽겠다"며 온 집을 깨우셨던 시어머님. 그 시간을 7년 가까이 함께 버텼습니다. 수면장애 — "밤에 못 잔다"는 말이 얼마나 복잡한지일반적으로 치매 환자의 수면 문제는 "밤에 잘 못 주무신다" 정도로 단순하게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였습니다. 시어머님은 낮에 두세 시간씩 낮잠을 주무셨고, 밤이 되면 전혀 주무시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밤 열두 시, 새벽 두 시에 "나 이러다 죽는다"며 저를 흔들어 깨우는 일이 반복됐습니다.수면-각성 리듬 장애(Circadian Rhythm ..
치매 환자에게 틀린 말을 바로잡아 주면 괜찮아질까요? 저도 한때 그렇게 믿었습니다. 시어머님이 꿈과 현실을 혼동할 때마다 목이 쉬도록 사실을 설명했지만, 결국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치매 간병은 '이해'가 아니라 '방식'을 바꿔야 하는 일이었고, 그걸 깨닫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꿈과 현실 사이, 사실 설명이 통하지 않는 이유치매 간병을 해본 적 없는 분들은 흔히 이렇게 생각합니다. "틀린 걸 차분히 설명해 주면 이해하지 않을까?"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시어머님이 꿈속에서 있었던 일을 실제로 일어난 일처럼 말씀하실 때마다, 저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설명했습니다. 하루가 끝날 즈음엔 목이 아프고 진이 다 빠졌습니다.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치매라는 병을 제대로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