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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그때까지 치매 환자가 돈에 그토록 집착한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상처 치료 때문에 시어머님이 정신병동에 입원하셨던 그 시간들이 제게는 간병의 민낯을 처음 마주한 순간이었습니다. 병동에서 목격한 일들, 그리고 침대 시트 밑에 두툼한 돈봉투를 꼭 쥐고 계시던 시어머님의 모습은 지금도 머릿속에 선합니다.
정신병동 생활, 실제로는 어떨까요?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나면 저는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시어머님이 입원하신 곳은 전문 정신병동이었는데, 보호자는 면회 시간에만 입실이 허락되었습니다. 덕분에 간병인을 따로 두지 않아도 됐지만, 그게 마냥 다행스럽지만은 않았습니다. 면회 시간이 끝나고 문이 닫히면 안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제가 바로 달려갈 수 없다는 불안감이 늘 있었으니까요.
병동 내 소지품은 세면도구가 전부였습니다. 이건 정신병동의 일반적인 입원 규정입니다. 자해 위험을 줄이기 위해 날카로운 물건은 물론, 끈이 달린 물건까지 제한하는 방식이지요. 여기서 입원 규정이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환자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의미합니다. 처음엔 불편하다고 느꼈는데, 지내다 보니 그 이유가 충분히 납득이 됐습니다.
시어머님은 머리 상처 소독과 물리치료를 받으시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회진도 함께 받으셨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쉽게 말해 정신과는 인지 기능과 행동·감정의 이상을 전문으로 다루는 과입니다. 이미 파악된 병세라 특별한 처방 변화는 없었고, 항불안제 계열의 안정제 덕분인지 낮에는 주로 주무셨습니다. 항불안제란 과도한 불안과 초조를 완화시키는 약물로, 치매 환자의 흥분 행동을 조절하는 데 흔히 쓰입니다.
그런데 병동 생활 중 제가 가장 당황했던 건 다른 환자와의 마찰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가보면 시어머님은 옆 침대 분과 물건을 가져갔다, 안 가져갔다 실랑이를 하고 계셨습니다. 어느 날은 비누, 어느 날은 칫솔. 옆 침대의 우울증 환자분은 저를 붙잡고 억울하다고 하소연하셨는데, 저는 그 상황에서 누구 편도 들 수 없었습니다. 치매로 인한 의심 행동, 즉 다른 사람이 자신의 물건을 훔쳐갔다고 확신하는 증상은 의학적으로 피해망상이라고 부릅니다. 피해망상이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위협을 현실로 인식하는 인지 왜곡 상태를 말하며, 치매 중기 이후에 특히 빈번하게 나타납니다(출처: 보건복지부).
- 전문 정신병동은 보호자 상시 입실 불가, 면회 시간만 허용
- 소지품은 세면도구에 한정, 날카롭거나 끈 달린 물건 반입 금지
- 정신건강의학과·외과 병행 회진으로 신체 및 인지 상태 동시 관리
- 치매 환자의 피해망상으로 인한 다른 환자와의 마찰은 병동 내 흔한 상황
요약: 전문 정신병동 생활은 규정도, 환자 간 마찰도 예상보다 훨씬 복잡했고, 저는 그 한가운데서 매일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돈 집착이 말해주는 것, 소유의 의미란?
어느 날 아침, 시어머님은 침대 시트 밑에 두툼한 종이봉투를 꼭 쥐고 안절부절못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오기만을 기다리셨다며 반색하시더니, 봉투 안에 만원권 현찰이 상당량 들어 있다고 하셨습니다. 교우에게 빌려줬던 돈을 전날 밤에 받으셨는데, 밤새 그 돈이 사라질까봐 화장실도 못 가셨다고요.
제 경험상 이건 단순한 노인의 습관이 아니었습니다. 치매에서 나타나는 돈에 대한 집착은 의학적으로 강박적 수집 행동의 일종으로 분류됩니다. 강박적 수집 행동이란 물건이나 재화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인지 저하와 결합되어, 대상을 반복적으로 확인하거나 몸에 지니려는 행동 패턴을 말합니다. 치매 환자의 경우 전두엽 기능 저하로 인해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고, 이것이 특정 대상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국립중앙의료원 치매관리).
솔직히 저는 그 봉투를 보는 순간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쓰지도 못하는 돈을 밤새 끌어안고 화장실도 참으셨던 시어머님. 간병하는 내내 돈 때문에 비슷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어디에 숨겨뒀는지 몰라서 온 병실을 뒤지기도 했고, 없어졌다고 저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시던 날도 있었습니다. 그 시선이 아프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때 제가 자꾸 떠올렸던 질문이 있습니다. 과연 소유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라는 말은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정작 삶의 말미에서 그 돈을 제대로 쓰지도, 즐기지도 못한 채 불안으로 꽉 쥐고 계셨던 시어머님을 보면서, 저는 그 말의 무게가 달리 느껴졌습니다. 치매가 아니더라도 돈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삶의 질을 오히려 갉아먹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불안과 의심, 그리고 고독. 시어머님의 침대 시트 밑에는 돈만 있었던 게 아니라 그것들도 함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약: 치매 환자의 돈 집착은 강박적 수집 행동이라는 인지 증상이지만, 저는 그 안에서 소유의 허무함이라는 더 큰 질문을 마주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치매 환자가 돈을 숨기거나 집착하는 게 정말 병 때문인가요?
A. 네, 이는 치매로 인한 전두엽 기능 저하와 연관된 증상입니다. 감정 조절과 판단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손상되면 특정 대상에 대한 집착이나 반복 확인 행동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를 단순한 욕심으로 보면 환자도 가족도 모두 힘들어집니다. 증상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Q. 치매 환자가 입원한 정신병동에서 간병인이 꼭 필요한가요?
A. 전문 정신병동의 경우, 보호자와 간병인 모두 면회 시간 외에는 병실 입실이 제한됩니다. 저는 이 부분 때문에 간병인을 따로 두지 않아도 되었는데, 일반 병동과는 운영 방식이 다르니 입원 전에 반드시 해당 병원에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Q. 치매 환자의 피해망상,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요?
A. 제 경험상 정면으로 반박하면 오히려 흥분이 심해집니다. 사실 여부를 따지기보다 감정 먼저 수용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속상하셨겠다"고 먼저 공감한 뒤, 자연스럽게 다른 대화로 전환하는 것이 그나마 마찰을 줄이는 방법이었습니다.
Q. 치매 환자 간병 중 정신과 진료 기록 이전, 어렵지 않나요?
A. 저는 이번 입원을 계기로 기존 병원의 정신과 진료 기록을 모두 가져와 가까운 성모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진료 기록 이전은 기존 병원에 사본 발급을 요청하면 되는데, 생각보다 절차가 간단했습니다. 다만 환자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므로 이 부분은 미리 확인해 두시길 권합니다.
결론
시어머님의 간병을 돌아보면, 제가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어떻게 하면 더 잘 돌볼 수 있을까"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나는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였습니다. 침대 시트 밑 돈봉투, 비누 하나를 두고 벌어진 실랑이, 화장실도 참으셨던 그 밤. 이 모든 장면이 저에게는 거울 같았습니다.
치매라는 병이 앗아가는 것은 기억만이 아닙니다. 스스로 누릴 수 있는 능력, 관계를 신뢰하는 힘, 가진 것을 온전히 즐기는 여유, 이것들도 함께 사라집니다. 그러니 돈과 소유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지금 가진 것을 제대로 쓰고, 사람을 의심하지 않는 삶. 제가 시어머님 곁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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