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 식사 후마다 틀니를 빼드리려 하면 "이게 내 진짜 이야"라며 입을 꽉 다무셨습니다. 달래고 어르고 결국 큰소리까지 냈던 그 실랑이가,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한 간병의 고단함이 아니었다는 걸 느낍니다. 씹는 행위, 즉 저작운동과 뇌의 관계를 알고 나서부터입니다. 치매와 구강건강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제가 직접 경험하고 찾아본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저작기능과 뇌자극, 정말 관계가 있을까시어머님은 젊었을 때부터 치아가 몹시 부실하셨습니다. 결국 이른 나이에 전체를 발치하고 완전의치, 즉 흔히 말하는 전체 틀니를 끼우셨는데, 그 시점이 치매 진단보다 10여 년은 앞선 일이었습니다. 완전의치란 상악과 하악에 남은 치아가 하나도 없을 때 잇몸 위에 얹어두는 형태의 보철물입니다. 자연치아..
비 오는 아침, 맨발로 경사진 언덕을 기어오르는 시어머니를 발견한 순간 — 저는 그 장면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치매가 만들어낸 세계에서 저는 과수원 주인이었고, 시어머니는 사과를 훔치다 들킨 사람이었습니다. 치매의 배회 증상과 인지왜곡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완강한지, 그날 저는 온몸으로 배웠습니다.배회증상, 왜 그토록 막기 어려운가그날 아침은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집안일을 하다 우연히 창밖을 봤는데, 시어머니가 신발도 양말도 없이 앞뜰 언덕을 기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그 언덕은 자연석으로 조경된 가파른 경사지로, 성인이 오르기도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넘어지면 머리를 다칠 수 있었기에 저는 살금살금 뒤를 쫓아 올라가 뒤에서 안으려 했습니다.그런데 시어머니는 나뭇가지를 움켜잡고 있는 힘껏 버텼습니..
시어머님이 치매 진단을 받고 나서 제가 처음 느낀 건 막막함이 아니라 죄책감이었습니다. '내가 뭔가 놓친 게 있지 않을까.' 그 죄책감은 간병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다른 감정으로 바뀌었는데, 그건 두 어머니를 나란히 보면서 생긴 생각이었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늙어간 두 분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간병 배경 — 두 어머니, 같은 시대 다른 삶제가 시어머님 간병을 시작한 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일이 아니었습니다. 작은 것들이 쌓였습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시거나, 방금 드신 밥을 안 드셨다고 하시거나, 엉뚱한 것을 조르시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병원에서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진단이 나왔습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란 뇌 속 신경세포가 서서히 손상되면서 기억력과 판단력이 점진적으로..
치매 환자에게 틀린 말을 바로잡아 주면 괜찮아질까요? 저도 한때 그렇게 믿었습니다. 시어머님이 꿈과 현실을 혼동할 때마다 목이 쉬도록 사실을 설명했지만, 결국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치매 간병은 '이해'가 아니라 '방식'을 바꿔야 하는 일이었고, 그걸 깨닫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꿈과 현실 사이, 사실 설명이 통하지 않는 이유치매 간병을 해본 적 없는 분들은 흔히 이렇게 생각합니다. "틀린 걸 차분히 설명해 주면 이해하지 않을까?"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시어머님이 꿈속에서 있었던 일을 실제로 일어난 일처럼 말씀하실 때마다, 저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설명했습니다. 하루가 끝날 즈음엔 목이 아프고 진이 다 빠졌습니다.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치매라는 병을 제대로 이해..
어머니가 며칠째 잠을 못 잔다고 하시면 처음엔 그냥 노인 불면증이겠거니 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단순한 불면증'이 사실은 치매의 초기 신호였다는 걸 병원 진단을 받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병이 아닙니다. 돌이켜보면 수년 전부터 조각조각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불면증과 이상 행동, 치매의 첫 신호였습니다시아버님이 돌아가신 직후, 시어머님은 잠을 못 잔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습니다. 낮에는 코까지 골며 주무시면서도, 밤이면 한숨도 못 잤다고 이웃마다 붙잡고 하소연하셨습니다. 저는 처음에 사별 후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우울 반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보약을 지어드리고, 마당에 탁구대를 놓고, 함께 산책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환경을 바꿔드려도 '잠 못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