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의 70% 이상이 질환이 진행되면서 배변 관련 강박 행동을 보인다고 합니다. 저도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설마 그 정도일까' 싶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오히려 낮게 잡은 숫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어머님을 모시며 화장실 문제부터 식사 보조, 그리고 점점 깊어지는 인지 저하까지 하나씩 맞닥뜨린 경험을 솔직하게 적어두려 합니다. 화장실 강박, 방 안에 좌변기를 들여놓기까지치매 간병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이 수면이라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실제로 더 먼저, 더 집요하게 가족을 지치게 만드는 건 화장실 문제였습니다. 시어머님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화장실에 데려다 달라고 조르셨습니다. 막 다녀오신 지 5분도 안 됐는데 또 가야 한다고 하시니, 처음엔 이게 진짜 신체 증상인지 인..
솔직히 저는 시어머님이 저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기 시작했을 때, 처음엔 그냥 헛소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그 착각 안에 제 민낯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화를 내는 내모습, 억지로 목욕을 시키는 내모습, 아이들 앞에서 큰 소리를 내는 내모습. 그 모든 상황에 따라 내 달라지는 모습들이 시어머님의 눈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던 거죠. 치매 간병이 얼마나 사람을 바꿔놓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가족 전체를 어떻게 흔드는지, 제가 겪어온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착각 증세가 보여준 진짜 문제치매의 행동심리증상(BPSD)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서 BPSD란 인지 기능 저하와 함께 나타나는 망상, 환각, 공격성, 불안, 수면 장애 등 정신·행동 증상 전반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기억만 사라지는 게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치매가 진행되면 인지 기능이 나빠진다는 건 알았어도, 새벽 두 시에 밥을 달라며 가족을 깨울 거라는 건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시어머님이 저를 '밥 하는 아주마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던 그 즈음, 야간 각성(nocturnal awakening)이 본격화됐습니다. 이 글은 치매 수면 장애가 보호자의 일상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그리고 수면제 선택이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지 제가 직접 겪은 시각으로 풀어본 기록입니다.야간 각성: 치매가 시계를 망가뜨리는 방식치매 환자에게 새벽 각성이 나타나는 것은 단순한 잠버릇이 아닙니다. 의학적으로는 일주기리듬 장애(circadian rhythm disorder)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일주기리듬이란 24시간 주기로 수면과 각성, 체온, 호..
솔직히 저는 운동만 시키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옆에서 구령을 붙여드리고, 만세도 시키고, 손뼉도 치게 하면 몸이 조금씩 나아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틀렸습니다. 의지 없는 운동은 운동이 아니었고, 그걸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치매 어르신을 간병하면서 몸으로 익힌 이야기를 여기에 적습니다. 의지가 없는 운동은 운동이 아니었습니다일반적으로 노인에게는 규칙적인 운동이 뇌 건강과 체력 유지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방에서 다리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하나, 둘 구령을 붙여드리면 처음엔 곧잘 따라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는 사이, 슬그머니 손가락만 까딱까딱하고 계셨습니다.손뼉을 치라고 해도 두어 번 소리를 내다가 금세 멈추셨..
솔직히 처음에는 요로염증인 줄 알았습니다. 소변 검사를 해봐도 이상이 없다는 말에 저도 당황했고, 그때부터 뭔가 다른 문제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치매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빈뇨는 단순한 방광 문제가 아닙니다. 뇌 기능 저하로 인해 배뇨 신호 자체가 오작동하는 신경인지적 증상으로, 일반적인 민간요법이나 비뇨기과 처방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몇 년을 곁에서 겪어보니, 이 증상이 환자보다 간병인을 더 먼저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치매성 빈뇨, 요의절박은 방광이 아니라 뇌의 문제였습니다시어머님이 하루에도 수십 번 화장실을 찾기 시작했을 때, 저는 먼저 요로감염을 의심했습니다. 외래 진찰 때마다 소변 검사를 해봤지만 결과는 늘 정상이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오줌소태'가 아닐까 싶어 옥수..
치매 환자의 돌발행동은 단순히 인지 기능이 떨어져서 생기는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시어머님을 간병하면서 가장 먼저 깨달은 건, 치매와 우울증이 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어내며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튀어나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약 하나가 바뀔 때마다 어머님의 상태가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걸 곁에서 지켜보는 일은, 설명하기 어려운 종류의 공포였습니다. 기질성 우울증과 치매, 약물 균형이 무너지면 생기는 일일반적으로 치매와 우울증은 별개의 질환으로 구분해서 치료하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시어머님의 경우,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하면서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올라오는 구조였습니다. 담당 의사도 "자신으로서도 여간 난감한 경우가 아니..
치매 환자의 돌발행동은 단순히 인지 기능이 떨어져서 생기는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시어머님을 간병하면서 가장 먼저 깨달은 건, 치매와 우울증이 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어내며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튀어나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약 하나가 바뀔 때마다 어머님의 상태가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걸 곁에서 지켜보는 일은, 설명하기 어려운 종류의 공포였습니다.기질성 우울증과 치매, 그 줄타기에서 약물 균형이 무너지면 생기는 일일반적으로 치매와 우울증은 별개의 질환으로 구분해서 치료하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시어머님의 경우,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하면서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올라오는 구조였습니다. 담당 의사도 "자신으로서도 여간 난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