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간병이 이렇게까지 저를 무너뜨릴 거라고 몰랐습니다. 시어머님의 치매 증상이 깊어지던 시절, 저는 낮에는 어떻게든 버텼지만 밤이 되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대로 그냥 자버리자"고 억지를 쓰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게 도망이었는지, 살려달라는 신호였는지, 지금도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치매 간병 현장에서 간병인이 겪는 심리적 붕괴는 생각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깊습니다. 그 과정을 지금부터 제가 겪은 것을 중심으로 짚어보겠습니다.간병 스트레스가 수면 장애로 이어지는 구조제가 직접 겪어보니, 간병 스트레스는 단순히 "힘들다"는 감정이 아니었습니다. 몸이 자리에 눕는 순간부터 "또 언제 부르실까"라는 예기 불안(Anticipatory Anxiety)이 시작됩니다. 예기 불안이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
비 오는 아침, 맨발로 경사진 언덕을 기어오르는 시어머니를 발견한 순간 — 저는 그 장면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치매가 만들어낸 세계에서 저는 과수원 주인이었고, 시어머니는 사과를 훔치다 들킨 사람이었습니다. 치매의 배회 증상과 인지왜곡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완강한지, 그날 저는 온몸으로 배웠습니다.배회증상, 왜 그토록 막기 어려운가그날 아침은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집안일을 하다 우연히 창밖을 봤는데, 시어머니가 신발도 양말도 없이 앞뜰 언덕을 기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그 언덕은 자연석으로 조경된 가파른 경사지로, 성인이 오르기도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넘어지면 머리를 다칠 수 있었기에 저는 살금살금 뒤를 쫓아 올라가 뒤에서 안으려 했습니다.그런데 시어머니는 나뭇가지를 움켜잡고 있는 힘껏 버텼습니..
시어머님의 치매라는 병을 간병합면서 솔직히 저는 처음에 치매 환자에게 "여기가 집이에요"라고 사실을 바로잡으려 했습니다. 그게 오히려 역효과라는 걸 한참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치매 간호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현실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려는 것인데, 실제로 겪어보면 그 방식이 얼마나 헛된 수고인지 내 경우에는 지나고 나서 배우게 됩니다.치매 환자의 환경 변화, 왜 이렇게 많은 증상이 달라질까 제가 시어머님을 모시면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순간 중 하나는, 시어머님 친구들이 문병을 오면 거짓말처럼 증상이 멀쩡해지신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저를 "밥 하는 아주마이"라고 부르시던 분이, 손님이 오면 착각하는 증상이 없어지고 정상인처럼 안부도 물으시고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가셨습니다. 친구들이 "요즘 세상..
솔직히 저는 그날까지 몰랐습니다. 가족 간에 목소리가 높아졌던 그 하룻밤이 시어머님을 기차 선로 옆으로 이끌게 될 줄은요.치매 환자의 배회(徘徊) 증상은 단순히 몸이 움직이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감정과 분위기, 그리고 오래된 기억이 뒤섞인 복잡한 반응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피투성이가 된 시어머님 얼굴을 보고서야 깨달았습니다.그날 밤, 저는 우리 부부가 싸운 것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몰랐습니다다시 혼자 시어머님을 모시던 때였습니다. 남편은 불 같은 성격이라, 제가 말 한마디를 잘못 꺼내면 그게 불씨가 되어 부부싸움으로 번지곤 했습니다. 그날도 초저녁부터 두 사람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저는 힘들다는 걸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서운했고, 남편은 남편대로 자격지심에 날카로워진 상태였습니다.다음 날 시어머님은 ..
솔직히 저는 치매가 기억력 문제인 줄만 알았습니다.물건을 숨기고, 방금 한 약속을 5분 만에 잊고,하루에도 수십 번 이불을 꺼냈다 넣는 행동이 이렇게까지 일상을 통째로 삼켜버릴 줄은 몰랐습니다.시어머님을 곁에서 모시며 제가 겪은 시행착오,그중에서도 통장 하나를 두고 벌어진 황당한 숨바꼭질은 치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저 자신에 대한 반성으로 남아 있습니다.입원까지 가게 된 배경 — 약 조절이 먼저였습니다의사로부터 입원을 권유받았을 때, 처음엔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담당 의사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해가 됐습니다. 치매 치료에서 입원이 필요한 핵심 이유 중 하나는 항정신병약물(Antipsychotics) 용량 조정 때문입니다.여기서 항정신병약물이란 치매 환자에게 나타나는 초조, 공격성,..